헝그리앱

◈블리자드와 넷이즈, 재결합 발표로 中시장 복귀 확정

지난 4월 10일,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중국의 넷이즈가 협력을 재개하고 블리자드 게임의 중국 재출시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1월 23일 계약 만료를 기점으로 서비스를 중단한지 1년여 만에 중국 재진출을 공식화한 것이다.

2022년 11월 17일, 블리자드가 넷이즈와의 계약 만료를 선언하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하스스톤' 등 블리자드 게임 총 7종의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업계는 블리자드의 일방적인 협력 중단 발표에 의미심장한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재계약을 앞두고 넷이즈를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계약 연장 협상은 결국 결렬되면서 결별의 수순이 시작되었다. 정식 계약 만료일인 2023년 1월 23일, 넷이즈는 작별 편지를 통해 유저들에게 환불을 약속하고 블리자드도 중국 본토 시장에서 7개 게임의 운영을 종료했다. 이로써 블리자드와 넷이즈 15년의 파트너십에 종지부를 찍었다.

결렬 사유에 관해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는 없었으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블리자드의 CEO였던 바비 코틱이 넷이즈에게 중국 시장에서 앞으로 몇 년간의 모든 블리자드 게임의 수익을 미리 지불할 것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조건을 제시면서 계약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3년 4월, 두 회사는 넷이즈의 소송으로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넷이즈는 중국 유저들의 잔여 게임시간 환불과 선납금 반납 등 이유로 블리자드에게 3억 위안(한화 약 580억 원)의 배상을 요구했으나 블리자드가 이를 거부했다. 이러한 갈등은 양측의 줄다리기를 새로운 정점으로 끌어올리며 게임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대한 인수가 공식 승인되면서 블리자드와 넷이즈는 새로운 이해관계에 접어들게 된다. 양측은 다시 협상의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재결합으로 향하는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었다.

2024년 4월 10일, 블리자드와 넷이즈는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블리자드 게임들의 서비스 계약을 갱신하고 올여름부터 순차적으로 중국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몇 달간 소문으로만 전해지던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재결합 소식이 이번 합의 발표를 통해 드디어 가시권에 진입하게 되었다.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블리자드의 게임이 어떠한 성과를 거둘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재결합은 지난해에 이미 거의 확정되었지만, 블리자드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되면서 내부적인 사업 재편에 시간이 걸렸고, 전반적인 진행 절차가 다소 느렸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해 여름에 게임이 재출시 될 것으로 공식 발표했지만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블리자드는 중국 시장을 통해 조금의 매출 증가는 기대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주력은 유럽과 미국 시장에 있다. 게다가 블리자드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블리자드의 내부 조정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넷이즈 입장에서도 블리자드 게임의 복귀는 현시점에서 넷이즈의 사업 초점이 아니다. 넷이즈가 서비스 중인 ‘에기파티’나 ‘역수한’과 같은 초인기작 하나의 매출만 해도 블리자드 게임들의 중국 서비스 총매출을 쉽게 능가한다.

다만 블리자드의 게임 매출이 넷이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브랜드 이미지에는 무시 못 할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워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와 같은 유명 게임들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자랑하는 IP 들이다. 이는 넷이즈의 브랜드 가치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주가와 시가총액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도 아래 성사된 재결합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재협력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블리자드와 넷이즈가 함께 발표한 성명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의 중국 서비스를 재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넷이즈의 새로운 게임을 Xbox 및 기타 플랫폼에 출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블리자드 인수 후 게임 부문 산하의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경영진도 대대적인 물갈이를 거쳤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를 인수한 이후의 여러 조치에서 기존 게임의 운영 안정화와 새로운 게임의 연구 개발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데, 이에 따라 넷이즈와의 협력 재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 발전 전략에 더 필요했을 거라는 관측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협력을 단순한 게임 제휴를 넘어 넷이즈가 콘텐츠 프로바이더(ContentProvider)로서의 역량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가 넷이즈에게Xbox 등 채널을 제공한 것은 보유한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리자드 인수는 양측의 재협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 게임 산업에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를 인수함으로써 게임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했다. 넷이즈와도 오래전부터 게임 사업에서 긴밀히 협력했으며, 양측의 신뢰와 협력 관계는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재협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동안 블리자드의 잔존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블리자드의 가장 큰 가치는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최고의 게임이 될 수 있는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IP를 보유한 것이고, 넷이즈는 모바일 게임 개발 경험이 부족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도하에 블리자드와 넷이즈가 다시 손잡게 된 것은 넷이즈의 모바일 게임 개발 경험과 블리자드의 IP 자원을 이용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진출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블리자드와 넷이즈의 잃어버린 1년

미국과 중국의 선두 기업으로서 블리자드와 넷이즈는 항상 각자의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고 여러 해 동안 블리자드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면서 해외 개발사와 현지 퍼블리셔 간의 이상적인 협력 모델로 회자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초부터 1년 넘게 지속된 게임 서비스 중단은 블리자드와 넷이즈에게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 외에 많은 시장 발전의 기회도 놓치게 만들었다.

그동안 블리자드와 넷이즈가 공동 주최해온 오버워치와 하스스톤 관련 대회도 두 회사의 결별과 함께 폐지되었고, 블리자드의 중국 선수 출전 금지에 잇따라 2023년 아시아 올림픽 e스포츠 종목에서도 하스스톤이 “조건 불충족”이라는 이유로 무산되었다. 이스포츠 산업에서 현지의 게임 서비스가 중단되는 것은 그 게임 관련 이스포츠 성장의 기본이 되는 토양이 사라진 셈이다. 경제 창출 효과는 물론 그에 따른 긍정적인 파급효과까지 계산하면 손실이 막대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중국에서 비교할 수 없는 충성도를 자랑했던 블리자드이지만 1년여의 공백기를 겪은 현재는 과거의 인기를 온전히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저들의 커뮤니티나 게임 관련 콘텐츠 제작 및 스트리밍, 그리고 파생된 활동들도 모두 1년 동안 휴면상태에 있었다. 이런 게임의 생태계를 다시 활성화하고, 유저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 게임 자체를 돌이켜보면 중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한 동안 많은 양의 새로운 콘텐츠들이 축적되었다. 새로 출시한 ‘디아블로 4’, ‘하스스톤’의 신규 확장팩, ‘오버워치’의 신영웅, 그리고 최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확장팩 중 가장 높은 잔존율을 자랑한 ‘용군단’까지, 이 자원들을 운영에 활용하면 기존 유저들을 되돌리고 새로운 유저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리자드의 귀환 소식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 넷이즈의 게임 커뮤니티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1위를 차지하였고 상당수의 게이머들이 게임 예약에 참여했다. 재결합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4월10일 당일 23:59시 기준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예약자 수가 200만 명을 돌파하고 중국 서비스를 재개하기 위한 공개 채용에서 1,000개가 넘는 이력서를 받았다.

ㆍ 중국 복귀 발표이후 하루 만에 사전 등록자 수 2백만 명 돌파
ㆍ 결별 당시 철거했던 ”피의 울음소리” 동상재건을 기념하는 댓글 953,915개
ㆍ 성공적으로 복구된 계정 92,021개
ㆍ 성공적으로 다시 찾은 계정 146,990개
ㆍ 중국 서비스를 위한 채용에 접수된 이력서 1,000건

블리자드 게임의 복귀 소식에 여전히 뜨거운 열성으로 호응해 준 중국 유저들, 올해 여름에 개최되는 2024 ChinaJoy도 블리자드 게임의 재등장에 대한 유저들의 열망과 함께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블리자드 부스의 복귀뿐만 아니라 "콜 오브 듀티"와 그 외 마이크로소프트 산하의 새로운 게임들도 이번 기회에 함께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블리자드와 넷이즈가 함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새로운 모바일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김 걸 기자(jj@smartno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