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1일 소프트 런칭 방식으로 출시한 플레로게임즈의 모바일 RPG 여신의 키스. 에브리타운으로 각인된 SNG 전문 개발사에서 내놓은 모바일 RPG의 파장은 컸다.
아무래도 기존에 서비스 중인 SNG와 다른 노선을 선택, 모바일 RPG 그것도 미소녀와 메카닉이라는 대중적이면서도 매니악한 소재를 결합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5개월 만에 소프트 런칭 빌드에서 정식 버전으로 전환, 9월 20일 안드로이드 버전부터 선행 출시해서 플레로게임즈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여신의 키스는 어떠한 프로젝트였을까. 플레로게임즈를 방문, 이종범 총괄 PD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한 번쯤은 생각했던 조합을 직접 결과로 보고 싶었다!"
과거 PC 온라인 시절부터 미소녀와 메카닉이라는 소재를 매력적이었다. 이는 스마트 폰 시대로 접어들었어도 소재의 강렬함은 여전했다. 다만 기존에 출시했던 게임들의 성적을 본다면 흥행과 거리가 멀었던 게임들이 많은 탓에 기피하는 소재로 찍힌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도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소재와 장르의 가능성부터 검토했다. 일반적인 모바일 RPG에 소재만 달리했다는 비아냥만 듣지는 않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그 이유는 유저들이 생각하는 소재에 대한 일반적인 관념, 고정관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소녀와 메카닉이라는 키워드를 언급했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막연한 개념부터 게임에 녹여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결과 프로토타입부터 완성한 다음에 콘텐츠를 채워넣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문제는 게임에 등장하는 미소녀와 유저의 교감을 어떤 부분부터 시작할지가 중요했다. 이들을 그저 파일럿으로 접근한다면 캐릭터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소녀와 관련된 콘텐츠는 RPG보다 연애 시뮬레이션의 기본적인 요소를 추려내어 적용했다. 이들의 표정과 대사, 음성 지원까지 기본에 충실하다 보니 작업 속도가 더뎌졌다.
혹자는 자동 전투로 점철된 모바일 RPG에서 캐릭터가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게임의 캐릭터라면 상황이 다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면 캐릭터는 곧 게임의 정체성이다.
보통 대인 관계에서도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 대사 톤에 따라 그 사람의 이미지가 각인된다. 우리가 파고든 부분은 바로 일상의 관계였고, 게임에서도 이러한 대인 관계가 형성되기를 원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처음에 느리지만, 살을 붙일 때마다 캐릭터의 성격과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주효했다. 그래서 파일럿의 숨겨진 이야기를 전개할 때도 중요한 단서가 되었고, 새로운 파일럿이 등장하더라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후 이들의 모습을 컷신으로 담아 필살기나 스킬이 발동할 때 조금씩 등장시켰다. 메카닉이라는 차가운 이미지나 느낌을 미소녀라는 인간미로 중화시키는 것이 필요했고, 이 두 가지 요소가 제대로 섞인다면 괜찮은 조합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만 제대로 섞인다는 표현은 이제 출시된 빌드보다 업데이트를 통해 조금씩 나아갈 것으로 예상한다. 아무래도 초반은 유저들이 생각했던 소재의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않도록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간이 흐른 뒤에 여신의 키스가 가진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을 벌기 위해 콘텐츠를 일부러 빼둔 것은 아니다. 지금은 빨리 출시해서 빠르게 달리는 것이 중요한 분위기가 아니다. 방향성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태에서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은 무모하다.
여신의 키스는 최초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기존에 있던 시스템과 콘텐츠를 재편, 한 번쯤 생각했던 미소녀 메카닉 RPG의 기본에 충실하고자 개발한 작품이다. 분명 새로움보다 익숙함을 먼저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여신의 키스를 두고 반쪽짜리 미소녀 메카닉 게임이라는 말보다 그저 기본에 충실한 RPG라는 말을 듣고 싶다.
정동진 기자(jdj@mo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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