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골방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개발한 게임이 유저를 사로잡으며 대박을 친다.
90년대말 PC 패키지게임 시절까지만 해도 이런 "개천에서 용나는 미담"은 종종 들렸다.
그러나 온라인게임 시대를 거쳐 스마트폰 게임이 주류가 된 요즘엔 좀처럼 듣기 어려운 '왕년의 추억담'이 돼버렸다.
날고 기는 큰 기업들이 퍼붓는 개발, 마케팅 물량공세에 중소 개발사의 흥행은 그저 남의 나라의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꿈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지난달 27일 중소 개발사 엑스엔게임즈가 출시한 '카오스모바일'이 설마를 사실로 만들었다.
언젠가부터 대박의 척도가 된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TOP 10'에 그들이 만든 '카오스모바일'이 당당히 랭크된 것이다.
구글 매출 TOP 10에는 공룡 게임사인 엔씨, 넥슨, 넷마블 등 국내파를 비롯해, 중국의 실력파 릴리스게임즈가 각각 2~3종의 초대형 게임을 포진시키고 있다. 누구도 쉽게 끼어들기 어려운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엔씨의 '리니지2M', '리니지M'과 넥슨의 'V4',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블소 레볼루션' 등은 오랜 기간 상위권에 눌러앉아 있다. 도무지 틈이 보이지 않는 고래들 속에서 듣보잡 중소 개발사의 '카오스모바일'이 꿋꿋이 버티고 있다. 출시된 지 한달이 가까워오지만, '카오스모바일'은 7위에서 10위를 오갈 뿐 TOP 10을 끈질기게 사수중이다.
매출 없이 한달한달 버티기도 버거운 중소기업에게 마케팅은 언감생심이었을 법하다. 출시 전 '카오스모바일'은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알려졌다. 다행스럽게도 '카오스'라는 IP의 인지도는 엑스엔게임즈에겐 구세주였던 셈이다.
'워크래프트3'의 모드(MOD)였던 '카오스'를 대폭 개선해 2011년 국내 출시된 '카오스온라인'의 IP를 MMORPG로 개발한 작품이 '카오스모바일'이다.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만을 계승했을 뿐, 장르나 플레이 방식은 전면적으로 다시 개발됐다.
'워크래프트3'와 '카오스', 그리고 '카오스온라인'을 즐겼던 세대에겐 낮익은 추억을 부르기 충분했다.
MOBA를 MMORPG로 바꿨지만 익숙한 캐릭터들의 등장은 팬들을 자연스럽게 게임 속으로 이끌었다.
파밍과 육성, PvP와 보스레이드 등에 이미 친숙해진 팬들은 '카오스모바일'을 부담없이 플레이해줬다. 결정적인 신의 한수는 '강림 시스템'이다. 플레이어 캐릭터를 과거 카오스온라인에 등장했던 캐릭터로 바꿔주는 이 시스템은 원작의 추억과 육성의 재미를 절묘하게 자극했다. 카오스모바일의 흥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엑스엔게임즈는 TOP 10 흥행 말고도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얼마전, 코로나19 구호 성금 1억원을 흔쾌히 기부한 일이다. 큰 기업들이야 여러가지 차원에서 구호 성금을 내기도 하지만 중소 개발사로서는 쉽지 않은 용기 있는 선행이다. 힘든 고난의 터널을 지나온 만큼, 타인의 고통을 못본 척 지나가기 어려웠을 지 모른다.
언제나 매출 TOP 10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던 중소 게임 개발사들에게 '카오스모바일'은 희망과 나눔의 축포를 멋지게 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4g@monawa.com)
등록순 최신순 댓글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