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계에서 ‘키우기 게임’ 열풍이 거세다.
한때 단순 서브 장르로 취급받던 방치형 RPG가 이제는 대형 게임사들의 핵심 전략 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 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OO 키우기’ 프로젝트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신작 MMORPG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수백억 원과 수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최근 게임사들은 이미 검증된 인기 IP를 방치형 구조에 접목해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IP 재활용이 아니라 IP 생태계 확장”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표 사례는 넥슨의 '메이플 키우기'다.
'메이플스토리' IP 기반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출시 이후 국내 모바일 매출 최상위권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했다. 실제로 2026년 3월 기준 월 매출 452억 원을 기록하며 방치형 RPG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넷마블 역시 '세븐나이츠 키우기'에 이어 '스톤에이지 키우기'까지 선보이며 ‘IP+방치형’ 공식을 강화하고 있다. '스톤에이지 키우기'는 원작 특유의 펫 수집 감성과 캐주얼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자동 성장 중심의 가벼운 플레이 구조를 채택했다.
위메이드맥스는 러닝 액션 게임 '윈드러너'를 기반으로 '윈드러너 키우기'를 개발 중이다. 원작의 캐릭터와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핵앤슬래시 스타일의 방치형 RPG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라인게임즈의 대표 RPG IP '창세기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최근 출시된 '창세기전 키우기'는 원작 세계관과 캐릭터를 활용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성장 구조”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원작 팬층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복잡한 SRPG 시스템 대신 단순 성장 구조를 채택해 접근성을 높였다.
왜 하필 ‘키우기 게임’인가
업계가 방치형 RPG에 집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 번째는 개발 비용이다.
대형 MMORPG는 개발 인력 수백 명, 개발 기간 4~6년이 기본이지만, 방치형 RPG는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도 빠른 제작이 가능하다. 실제 업계에서는 “리스크 대비 수익 효율이 가장 높은 장르 중 하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번째는 접근성이다.
기존 MMORPG는 긴 플레이 타임과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신규 유저 유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키우기 게임은 “켜두기만 해도 성장한다”는 구조 덕분에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숏폼 콘텐츠와 짧은 플레이 문화에 익숙한 유저층과 궁합이 좋다는 분석이 많다.
세 번째는 IP 재활용 효율이다.
이미 유명한 캐릭터와 세계관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원작 팬층은 물론 신규 유저까지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실제로 '메이플 키우기'는 기존 메이플 팬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부담 없는 메이플”을 원하는 라이트 유저까지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IP 수명 연장의 시대”
업계에서는 이제 IP 전략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MMORPG → 후속작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하나의 IP를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는 방식이 주류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원작 MMORPG가 존재하면, 이후에는 ▲키우기 게임 ▲수집형 RPG ▲콘솔 액션 ▲전략 게임 ▲캐주얼 게임 등으로 세계관을 계속 확장하는 식이다.
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서브컬처 산업에서 자주 사용하던 “미디어 믹스 전략”과도 유사하다.
특히 키우기 게임은 원작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비교적 손쉽게 소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IP 입문용 게임” 역할까지 수행한다. 실제 일부 유저들은 키우기 게임을 접한 뒤 원작 MMORPG로 유입되기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복붙 게임’ 논란도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부 유저들은 “캐릭터만 바꾼 복사 게임이 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국산 방치형 게임들이 시스템 구조가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한 방치형 장르는 반복 과금 구조와 자동 전투 중심 BM 때문에 “게임성이 약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존재한다.
특히 국내 MMORPG BM에 대한 해외 유저들의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키우기 게임이 단순 자동 성장과 과금 중심 구조로 흘러갈 경우 IP 가치 자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성비 좋고, 가장 오래 버는 장르”
그럼에도 업계가 키우기 게임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개발 비용은 낮고, 운영은 비교적 안정적이며, 기존 IP 팬층 활용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고 수익·패키지 판매·장기 라이브 서비스 운영까지 결합되면서 “장기 캐시카우”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결국 현재 게임업계의 ‘키우기 열풍’은 단순 유행이라기보다, 개발비 상승과 시장 포화 속에서 등장한 새로운 생존 전략에 가깝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게임사들이 “다음엔 어떤 IP를 키울 것인가”를 깊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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