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3이 총 20만 명의 방문객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지스타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신작 게임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자타 공인 겜돌이들만 모아둔 헝그리앱 취재팀 기자들 또한 지스타 기간 동안 온갖 게임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물어봤습니다. ‘지스타 2023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게임은 무엇이냐’라고 말이죠. 과연 헝그리앱 기자들은 어떤 게임을 선택했을까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함께 확인해 봅시다.
◈ ‘팬을 위한 훌륭한 선물’, 일곱 개의 대죄: Origin
김지훈 기자 |
칠대죄의 세계를 오픈월드로 구현. 팬에게 있어서는 아주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원작의 감성도 충실히 담고 있으니, 이제 이 세계를 어떤 콘텐츠로 채워나가느냐가 관건일 것. |
‘일곱 개의 대죄: Origin’은 원작 IP를 기반으로 한 오픈 월드 RPG입니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원작이 있는 IP를 활용한 작품이면서도 ‘원작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이 스토리가 원작 IP의 정식 후속편은 아닙니다. 넷마블 측에서 ‘멀티버스 오리지널 스토리’라고 밝히 것처럼, 원작의 설정과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독립 작품이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원신’을 제법 의식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인 플레이 감각은 싱글 플레이 콘솔 게임에 가까운 느낌이었는데요. 넓은 오픈월드를 자유롭게 탐험하면서 여기저기 배치된 콘텐츠들을 플레이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지스타 시연버전은 스토리 외에는 딱히 공개된 콘텐츠가 없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인지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구현된 오픈 월드 맵의 퀄리티는 훌륭한 수준이었습니다. 지스타 시연 버전은 페네스와 리오네스 남부 지역까지 열려있었는데요. ‘칠대죄’의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놀 수 있다는 점이 팬의 입장에서는 제법 매력적이었습니다. 찾아보면 의외로 원작의 세계관을 오픈월드 형태로 구현한 게임이 그리 많지 않거든요. 그 유명한 드래곤볼조차도 이런 형태의 게임이 만들어진 게 고작 3년 전의 일이니까요.
물론 마냥 오픈월드로 만들었다고 해서 흥행이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월드 내에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잘 배치하는가, 오리지널 스토리와 캐릭터로 원작의 감성을 얼마나 잘 이끌어낼 수 있는가, 반대로 원작을 모르는 유저들에겐 어떤 부분을 어필해서 게임으로 끌어들일 건가 등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도 지스타 시연 버전에서 보여준 게임의 퀄리티는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체험이 가능한 부분까지만 놓고 평가하자면, 마치 콘솔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한 만듦새가 인상적이었죠. 적어도 ‘우리 게임은 이렇게 만들 거예요’ 라는 어필은 제대로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칠대죄’ 팬으로서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게 진짜배기 오타쿠 게임이다’, 브레이커스
박영진 기자 |
서브 컬쳐 게임? No. 점잔 빼지 말고 사나이답게 스트레이트로 질러라. 고상한 표현 따윈 필요 없다. 이건 진짜배기 ‘오타쿠 게임’이다. 그래서 더 좋다!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 |
예상 밖의 다크호스. ‘브레이커스’를 처음 시연했을 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번 지스타 2023의 출품작은 서브 컬쳐 게임의 비중이 꽤 높은 편이었죠? 그런데 이 서브 컬쳐 게임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한번 짚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서브 컬쳐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던데, 사실상 한국에서는 이게 오타쿠 문화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서브 컬쳐 게임은 ‘오타쿠 게임’을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지인들에게 서브 컬쳐 게임에 대해 설명하거나 예시를 들어보라고 하면 대부분 오타쿠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미소년, 미소녀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풍의 게임. 다만, ‘오타쿠’라는 용어 자체가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긴 해요. 이런 게임들을 주류 문화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좀 더 고상한 표현이 필요하긴 했겠죠. 실제로 오타쿠 게임이라는 표현보다 서브 컬쳐 게임이라는 표현이 좀 더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기도 하니까요.
사실 지스타 2023에 출품된 서브 컬쳐 게임들을 보면 상당수가 ‘오타쿠 감성’ 면에서는 좀 부족한 점이 있거든요. 아무래도 서브 컬쳐 게임임을 표방하긴 하지만, 오타쿠가 아닌 유저들도 붙잡고 싶을 테니까요. 적당히 조율했을 겁니다. 그런데 ‘브레이커스’는 그냥 대놓고 ‘나는 오타쿠 게임입니다’라고 소리치고 있어요. 조율? 타협? 그런거 없습니다. 직설적으로 오타쿠 층을 저격하고 있죠. 그래서 오히려 더 마음이 가더라고요. 저도 그쪽 성향이니까요.
게임 디자인도 전반적으로 오타쿠 감성을 많이 자극하는 편이었습니다. 이게 진짜 감성의 영역인지라 딱 잘라서 뭐가 원인이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데요. 제 경우에는 스토리모드에서 보여지는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RPG에서 캐릭터들이 대화할 때 움직임이나 표정 같은 건 몇 가지 패턴을 만들어서 돌려 쓰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브레이커스’는 상황에 따라 몸짓이나 표정이 계속 달라져요. 대사를 안 보고 캐릭터의 행동과 표정만 보고도 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요. 마치 3D 애니메이션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개발사 규모가 그리 크진 않을 텐데 이게 다 감당이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브레이커스’가 지스타 2023에서 ‘서브 컬쳐 게임’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충실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타쿠 게임’이라는 의미에서 말이죠. 다만, 같은 이유에서 취향을 좀 심하게 탈 것 같다는 걱정이 들긴 합니다.
◈ ‘옛날 게임 미르의 환골탈태’, 레전드 오브 이미르
유진호 기자 |
처음 본 순간 이게 정말 그 미르가 맞는지 의심하고, 개발사가 위메이드가 맞는지 한번 더 의심했다. 아니, 이렇게 만들 수 있었으면 빨리 좀 만들어 주지… |
저에게 있어 ‘미르’ 라고 하면 웹젠의 ‘뮤’와 마찬가지로 옛날 게임이라는 인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두 게임 모두 대한민국 1세대 MMORPG에 해당하는 작품이고,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장수 IP입니다. 다만, 혁신이나 발전 같은 것 없이 계속 자가복제만 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제 기억 속 ‘미르’는 20년 전에 즐겼던 ‘미르의 전설 2’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뒤로 ‘미르’의 이름을 잇는 게임들이 몇 가지 나오긴 했지만, 결국 ‘미르의 전설2’의 틀에서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레전드 오브 이미르’를 플레이해보고 솔직히 많이 놀랐습니다. 콘솔 게임에 비견되는 수준의 퀄리티를 보여주더군요. 시연을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게임은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였습니다. 실제로 두 게임 모두 북유럽 신화를 차용했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고요. 카카오 게임즈의 ‘오딘’도 비슷한 배경이긴 하지만, 북유럽 감성은 ‘레전드 오브 이미르’ 쪽이 훨씬 진하게 묻어나왔습니다.
플레이 방식은 딱히 새롭지는 않았습니다. 좋게 말하면 익숙하고, 나쁘게 말하면 늘 똑같은 그것. 모바일 MMORPG에서는 빠질 수 없는 자동 시스템이죠. 대신 때깔이 다릅니다. 전반적인 연출이 다 그렇지만, 특히 전투 연출에 부분에 있어서는 보는 맛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물론 이전에도 보는 맛을 어필한 자동 게임이 많긴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는 맛을 추구한 게임은 거의 없었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보는 맛이 있어도 단순 노가다에 가까운 사냥 모습을 계속 지켜볼 유저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레전드 오브 이미르’는 진행이 아주 시원시원합니다. ‘콘텐츠 소비 속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나?’ 싶을 정도로요. 실제로 지스타 현장에서 PD가 직접 언급했습니다. 불필요한 심부름이나 뺑뺑이 퀘스트를 과감히 삭제하고, 콘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마냥 시원시원하게 진행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었지요. 실제로 지스타 시연 버전은 정말로 시원시원했습니다. 그리고 자동 전투가 있더라도 보스전 같은 중요한 전투에서는 수동으로 플레이를 하는 편이 더 유리합니다. 보스전에서는 전투 도중 QTE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주로 보스가 큰 공격을 할 때, 잠깐 슬로우 모션을 보여주면서 QTE가 발생하는 형태입니다. 이벤트 신에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QTE는 저도 정말 싫어하지만, 전투 씬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QTE는 오히려 전투의 몰입을 높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정식 출시 후에 유저들의 콘텐츠 소비 속도를 어떻게 따라갈지가 걱정되긴 합니다만, 지스타 시연 버전의 템포를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이제 폰으로도 할 수 있다!’, 로스트아크 모바일
신상호 기자 |
이 게임의 장점 : 로스트아크를 모바일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 이 게임의 단점 : 로스트아크를 모바일 환경에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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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 2023에서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인기가 어마어마했죠. 개막하자마자 가장 많은 사람이 몰린 곳이 바로 ‘로스트아크 모바일’ 부스였습니다. 그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은 게임이었고, 지스타에서 보여준 결과물의 퀄리티도 유저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수준이었죠.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원작 로스트아크의 모바일 리마스터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게임이 특별히 새롭거나 하진 않아요. 자잘한 변경점들이 있긴 하지만, 주요 골자는 PC버전 ‘로스트아크’를 모바일로 옮겨왔을 뿐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애초에 스마일게이트측에서도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컨셉을 ‘로스트아크의 세계를 모바일에서도 즐긴다’라고 밝히기도 했었고요. 그러니까 표현을 좀 달리하자면, ‘PC버전 로스트아크를 모바일로 아주 잘 옮겨왔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모바일 환경이라고 퀄리티를 타협한 게 아니라, 오히려 PC 버전보다 더 뛰어난 품질을 보여주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다만, 조작 방식은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특히 ‘로스트아크 모바일’은 다른 모바일 게임에 비해 버튼이 많아요. 당장 전투중에 오른손으로 눌러야 하는 스킬 버튼 수가 10개가 넘죠. 버튼이 많다 보니 하나하나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을 테고요. 그렇다보니 은근히 헛손질을 하는 경우가 있었고요. 스킬을 정확하게 쓰기 위해 눈으로 버튼을 확인하려고 하면, 시선이 계속 왼쪽 아래로 가버리니까 원작처럼 액션을 시원시원하게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참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그래도 좋아하는 로스트아크를 폰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폰에서 즐기는 로스트아크 모바일의 퀄리티가 원작 PC버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만족감이 매우 높습니다. 요즘은 플랫폼이 PC라는 점 조차도 진입 장벽이 되는 시대잖아요? 거기다 로스트아크가 은근히 오래된 게임입니다. 오픈 베타를 기준으로 보면 벌써 5년이 넘었어요. 후속작이 나오는게 결코 이상한 상황이 아니라는 거죠. 물론 원작 로스트아크에도 별 관심이 없었던 분이라면 ‘로스트아크 모바일’에도 흥미가 좀 덜갈 수는 있어요. 그게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정리=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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