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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수용 등록일(수정) : 2024-04-26 14: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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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륭한 게임성과 아리송한 시스템, ‘다크앤다커 모바일’ 테스트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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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개발하고 크래프톤에서 서비스 예정인 익스트랙션 RPG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4월 24일부터 28일까지 첫 대규모 테스트를 실시합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지난 지스타 2023을 통해 이미 유저에게 한 차례 검증을 받은 바 있습니다. 대체로 원작 플레이 경험이 있는 유저는 ‘모바일에서도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원작을 모르는 유저는 ‘중세 배경 익스트랙션 RPG의 진행 방식이 신선했다’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필자의 감상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플레이 환경에 맞춘 약간의 변화는 있을지언정 전체적인 플레이 감각은 원작의 그것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으니, 동일 타이틀의 모바일 이식작으로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식’작으로서는 합격점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지원 플랫폼 확장의 개념이 아닙니다. 애초에 다른 회사에서 처음부터 다시 만든 게임입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원작을 잘 담아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게임만의 강점을 유저들에게 증명해야만 합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향한 유저들의 잣대가 여느 게임에 비해 더 날카롭기에 더더욱 그렇습니다.




▲ 재미는 있지만, 다크앤다커 모바일만의 강점이 더 필요합니다.


■ 캐주얼해진 플레이. 긴장감은 줄었으나 RPG의 정체성이 강화됐다.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시점입니다. 1인칭 시점이었던 원작과는 달리 모바일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그렇다 보니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편입니다. 내 캐릭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데다 시야도 훨씬 넓어진 만큼, 화면 밖에서 오는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이는 얼핏 게임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변화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바일 디바이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변화는 오히려 긍정적입니다. 플레이 환경이 다르니 몰입감에서 차이가 생기는 건 당연합니다. 손바닥만 한 휴대폰 화면으로 전달되는 긴장감은 원작에 비해 상당히 희석됩니다. 그럼에도 게임의 정체성이랍시고 이를 계속 고집했다간 그냥 불편한 게임으로 전락할 수도 있으니, 포기할 건 포기하고 플레이의 쾌적함을 추구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 시점을 바꾼 것 만으로도 플레이가 쾌적해졌습니다.


던전도 훨씬 밝아졌습니다. 횃불을 들지 않으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원작과는 달리, 모바일에서는 횃불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주변을 파악하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의 밝기가 제공됩니다. 던전 곳곳에 횃불과 램프가 배치돼 있다는 점도 여기에 한몫하죠.

이 또한 모바일 환경에 맞춘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습니다. 애초에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밝기는 모니터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합니다. 실외에서의 빛 반사로 인한 시인성 저하까지 고려한다면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플레이 화면은 지금보다 더 밝아져야 할 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그 덕분에 무기와 횃불을 교체하는 번거로운 조작을 생략할 수 있으니 편의성 강화 측면에서도 이득입니다.


▲ 횃불이 필요 없을 정도로 던전이 밝아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긴장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필자는 원작에서 제공되던 긴장감을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시야를 비롯해 극단적으로 제한된 정보에서 오는 긴장감, 다른 하나는 적대적 유저와의 조우에 의한 긴장감. 전자를 ‘던전 크롤’ 후자를 ‘익스트랙션’에서 기인하는 특징으로 본다면, 다소 캐주얼해졌다고는 해도 익스트랙션 게임으로서의 긴장감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뿐이었다면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원작의 하위 호환에 불과했을 겁니다. 단순히 생각해도 둘 중 하나를 빼버리면 결국 반쪽짜리라는 말밖에 안 되니까요. 그런데 <다크앤다커 모바일>에서 시도한 변화는 편의성 외에도 RPG 요소의 강화라는 뜻밖의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시점이 3인칭으로 바뀌고, 시야가 넓어지고, 전장의 가시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PvP 양상은 기습보다는 정면 대결 위주로 이루어집니다. 원작처럼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상대가 반항하기 전에 제거해 버리는 방식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어디서 공격이 오는지 훤히 보이니까요.

게임 구조상 전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머릿수입니다. 제아무리 좋은 장비를 끼고 있더라도 여러 명에게 공격당하면 버틸 재간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파티가 중요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역할과 포지셔닝이 강조됩니다. 예를 들면 레인저가 원거리 공격으로 대미지를 누적시키는 동안 클레릭이 파티원에게 지원 마법을 걸고, 방어력이 높은 파이터가 전면에 나서서 싸우는 식입니다. 다소 제한적인 역할 구분이긴 합니다만, ‘역할 놀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요즘 나오는 모바일 RPG보다는 훨씬 본연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 긴장감이 떨어진 대신 역할과 포지셔닝이 더 중요해졋습니다.


■ 원작의 장점 계승. 현실적인 액션과 던전 탐험의 재미.


플레이가 캐주얼해졌다고 해서 게임성까지 가벼워진 것은 아닙니다. 원작의 현실적인 액션과 던전 탐험의 재미는 <다크앤다커 모바일>에서도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습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전투는 느립니다. 대부분의 공격이 모션이 크고 선 딜레이가 길죠. 거기다 논타겟 후판정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기에 공격을 보고 움직여서 피하거나 방패로 막아낼 수도 있습니다. 무기마다 공격속도, 모션, 범위가 다른 만큼 거리 조절과 위치 선정도 중요합니다.


▲ 전투는 거리 조절과 위치 선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더욱이 벽 같은 장애물에 공격이 닿으면 무기가 튕겨 나가는 기믹이 있어 전투 중에는 주변 지형도 고려해야 합니다. 적이 가로로 휘두르는 무기를 들고 있다면, 문을 끼고 싸우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찌르는 무기를 든 적이 상대라면 공격을 피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곳에서 싸우는 게 중요하겠죠.

던전 탐험 과정도 충실하게 채워져 있습니다. 미로를 연상시키는 복잡한 맵,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몬스터, 보물 상자인 척 위장하고 유저를 덮치는 미믹, 던전 곳곳에 배치된 함정, 시시각각 좁혀져 오는 다크스웜. 여기에 다른 유저라는 잠재적인 위협까지 고려하면, 보물을 얻고 무사히 탈출하기 위해서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 공격이 벽이 부딪히면 무기가 튕겨나갑니다. 

▲ 던전 곳곳에 배치된 함정도 주의해야합니다.


■ 모바일만의 고유 콘텐츠,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이번 테스트 빌드에는 <다크앤다커 모바일>만의 신규 콘텐츠도 준비돼 있었습니다. 바로  ‘용병, 도감, 대장간’인데요. 용병 시스템은 제법 긍정적이었고, 도감 시스템은 다소 의문이 들었으며, 대장간 시스템은 필자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용병 시스템은 말 그대로 사람 대신 AI 용병을 대신 데려갈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용병은 C등급부터 S등급까지 있으며, 등급이 높은 영웅일수록 영입 비용이 비싸집니다. 자동으로 파티 매칭을 잡아주는 시스템이 있는데 굳이 성능이 떨어지는 AI를 데려갈 필요가 있냐고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혼자 따로 놀다 끔살당한 파티원과 잠수타는 트롤러를 만나기 전까지는요.

용병은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오로지 내 캐릭터 뒤만 졸졸 따라다니며 전투가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싸워줍니다. 상황 판단 능력은 사람보다 못합니다만, 고등급 용병은 장비가 좋아서 그런지 싸우기도 제법 잘 싸웁니다. S등급 용병은 전설 풀 세트를 끼고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세 명이 나눠 먹어야 하는 보상을 독차지할 수 있습니다.


▲ 다른 유저 대신 용병과 함께 전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 S등급 용병은 무려 전설 풀 세트를 장비하고 있습니다.


도감 시스템은 수집한 장비를 등록하고 소정의 능력치를 얻는 시스템입니다. MMORPG에서 흔히 보이는 그 시스템 맞습니다. 불필요한 아이템에 활용도를 더한다는 목적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수준까진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보기엔 요구하는 아이템의 수준이 너무 과해 보입니다. 자칫 게임이 단순 스펙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대장간 시스템에 와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당시 필자의 심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니가 왜 여기서 나와?’였습니다. 대장간에서는 강화석을 사용해 장비를 강화할 수 있으며, 강화된 장비는 기본 성능(무기는 대미지, 방어구는 방어 등급)이 증가합니다. MMORPG에서나 볼 법한 강화 시스템이 <다크앤다커 모바일>에 적용된 것입니다.


▲ 도감은 아이템을 등록하고 능력치를 얻는 형태입니다.

▲ MMORPG에서 흔히 보던 장비 강화 시스템도 도입됐습니다.


■ BM을 위한 무리수인가? 장르의 근간을 뒤흔드는 시스템.


사실 이 강화 시스템 자체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닙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본질은 익스트랙션입니다. 추구하는 방향성은 MMORPG와 다르지만, 힘의 불균형 또한 콘텐츠의 일환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뿐이라면 익스트랙션 장르는 MMORPG와 비슷한 길을 걸었겠죠. 그러나 둘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리스크의 존재입니다.

익스트랙션에서는 힘을 가진 유저가 다른 이를 압도할 수 있는 대신, 패배하는 순간 그 힘을 모두 잃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다른 유저에게로 옮겨갑니다. 이런 구도로 인해 유저들은 힘의 불균형을 콘텐츠의 일환으로 받아들입니다. 그 힘이 내것이 될 가능성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힘을 가진 자도 섣불리 그걸 휘두르지 못합니다.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을 위험이 있으니까요. 오로지 강자에게 착취당할 뿐인 MMORPG와는 명백히 다릅니다. 그렇기에 강화로 장비 성능을 높이는 것 자체는 별문제가 안 됩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3강부터 추가되는 ‘보존율’이라는 옵션입니다. 보존율은 캐릭터가 사망해도 장비를 잃어버리지 않을 확률을 제공합니다. 장비는 최대 7강까지 가능하며 +3강에서 보존율 10%, 이후 5%씩 증가해서 +6강에서 30%가 됩니다. 아쉽게도 +7강까지 확인해 보진 못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장비 보험권이라는 아이템이 있습니다. 사망 시 장비 보존율을 40% 높여주는 아이템이죠. 이를 사용하면 +6강 기준 보존율이 70%가 됩니다.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닙니다. 심지어 즉시 던전에서 탈출시켜 주는 ‘긴급 탈출’ 아이템도 존재합니다. 인벤토리에 있는 아이템을 모두 잃어버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착용한 장비가 그대로 보존된다는 게 얼마나 큰 이점인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죠.


▲ 장비 보존율을 40% 높여주는 장비 보험권에

▲ 즉시 던전에서 탈출시켜주는 긴급 탈출석도 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건 추가된 요소들이 대부분 BM과 관련된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현재 <다크앤다커 모바일>에는 3종류의 화폐가 있으며, 그중에서 현금성 화폐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건 ‘백금 주화’입니다. 그리고 장비 보험권, 긴급 탈출석같은 아이템은 백금 주화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용병 시스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직접적으로 능력치를 제공하는 ‘용병 영입 효과’가 영 마음에 걸립니다. 모든 아이템을 수집하도록 유도하는 도감과 마찬가지로, 이쪽도 모든 용병을 영입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용병은 게임 내 재화인 금화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만, 요구하는 금액이 꽤 비쌉니다. 그런데 환전상이 백금 주화를 금화로 환전해주고 있으니 사실상 돈으로 스펙을 팔겠다는 의도로 비칩니다.

이는 앞서 말한 장비 보존률 이상으로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장비는 작게나마 ‘잃을 확률’이라도 존재하건만, 도감과 용병을 통해 얻은 스펙은 사망하더라도 계속 유지됩니다. 심지어 이 스펙은 계정 내 모든 캐릭터가 공유합니다.

리스크가 사라지는 순간 힘의 불균형은 콘텐츠가 아닌 불합리로 전락합니다. 강자가 리스크 없이 약자를 착취하는 MMORPG식 구도로 변질되는 거죠. 그런데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경쟁이 필연적인 장르이며, 이를 회피하는 수단이 제공되는 MMORPG와는 다릅니다. 그럼에도 MMORPG식 BM의 낌새가 보인다는 점에는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 용병 영입 효과는 과금 경쟁으로 번질 우려가 있습니다.

▲ 중요 아이템은 현금성 재화로만 구매가 가능해보입니다.



■ 재미는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다크앤다커에 얽힌 사건·사고는 어지간한 한국 게이머라면 이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크래프톤은 여기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애초에 다크앤다커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더라면 생기지도 않았을 논란입니다.

익스트랙션이라는 장르의 탄생은 배틀로얄 게임의 흥행에서 기인합니다. 그리고 크래프톤은 그 흐름을 주도한 '배틀그라운드'를 제작한 곳입니다. 그런 크래프톤이 익스트랙션 게임을 만드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시장은 언제나 트랜드를 따라가기 마련이니 게임이 비슷한 건 장르의 유사성으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은 논란에 뛰어들었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 감내해야 합니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짝퉁이라 불렸던 ‘원신’이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차별점을 확립하고 종국에는 시장을 선도하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선례가 있습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이라고 그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겠죠. 다만, 이건 게임을 잘 만들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에 대한 평가는 0이 아닌 마이너스에서 출발합니다. 유저들은 여타 게임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겁니다. 이 모든 것을 뒤집고 플러스로 만들려면 만만찮은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게임은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MMORPG식 BM의 냄새가 나는 것이 불안합니다. 이것이 필자의 괜한 우려로 그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과연 크래프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신수용 기자(ssy@smartn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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