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이하 어스토)’ 시리즈 30주년 기념작. 웨이코더가 개발하고 대원미디어가 제작 총괄 및 유통을 담당하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리파인(이하 어스토 리파인)>이 플레이엑스포 대원미디어 부스에서 1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어스토 리파인>은 1994년에 발매된 DOS 버전이 아닌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이하 어스토 R)’ 바탕으로 개발 중이다. 중요한 건 리메이크나 리마스터가 아닌 생소한 ‘리파인’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리파인(Refine, 개선하다)이라는 의미대로 <어스토 리파인>은 ‘어스토 R’을 개선한 버전이다. 시연 버전에서 확인한 바로는 그래픽 퀄리티를 비롯해 UI, UX, 전투 시스템 등 게임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개선이 이루어졌는데 리메이크와 리마스터의 중간쯤 되는 인상이었다.
▲ 과거 도트 느낌을 살리면서도 한층 깔끔해진 그래픽이 인상적
특히 스토리는 원작 및 ‘어스토 R’에서 크게 변경되지 않은 듯하다. 실제로 과거 인터뷰에서 웨이코더 측은 ‘스토리의 기본 흐름은 그대로 유지하되 서브퀘스트나 도전 과제 등의 추가를 검토 중’이라 밝힌 바 있다.
시연 시간이 10분으로 제한돼 있기에 많은 내용을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늦잠을 잔 로이드가 황급히 성으로 향하는 도입부부터 사건의 발단이 되는 프란시스와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은 ‘어스토 R’과 거의 동일했다.
▲ 지난 30년간 늦잠자는 로이드의 모습을 몇 번이나 봤는지…
▲ 스토리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는데, 일러스트에서 살짝 괴리감이 느껴진다
캐릭터 디자인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그래픽은 과거의 도트 감성을 살리면서도 한층 높은 퀄리티로 완성됐다. 그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움직임도 훨씬 세세해졌는데, 특히 전투에서 이 부분이 두각을 드러낸다.
시스템적인 면에서도 전투는 <어스토 리파인>에서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사실 원작의 전투 시스템부터가 일반적인 RPG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필드 이동을 비롯한 전반적인 구조는 JRPG의 틀을 따르면서도, 전투에 돌입하는 순간 타일구조의 맵을 활용하는 SRPG 방식으로 바뀌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SRPG의 형태는 어디까지나 겉모습만을 가져왔을 뿐, 기본적인 개념은 ‘드래곤 퀘스트’나 ‘파이널 판타지’ 같은 고전적인 JRPG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격 대상을 다이렉트로 지정하는 구조에서 ‘캐릭터를 직접 움직인다’라는 과정이 하나 추가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 그래픽 퀄리티가 향상되면서 전투 연출도 보는 맛이 더해졌다
▲ SRPG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JRPG에 이동이 추가됐을 뿐(사진은 ‘어스토 R’)
그랬던 전투 시스템이 <어스토 리파인>에서는 좀 더 SPRG 다워졌다. 이동부터가 과거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던 방식에서 목표 지점을 선택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SRPG의 방식으로 변경됐다. 여기에 사이드 어택이나 백어택 등 공격 방향에 따라 추가 피해를 입는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캐릭터 이동에 좀 더 전략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스킬은 MP 대신 턴마다 한 칸씩 누적되는 게이지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강력한 스킬일수록 요구되는 게이지도 많아진다. 스킬 사용 타이밍을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셈이다. 또한,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버스트 시스템이 없었는데, 시스템 자체가 폐기됐는지 아니면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추가되는 방식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었다.
▲ MP가 아닌 게이지 방식의 스킬 시스템을 통해 전략성을 더했다
이처럼 <어스토 리파인>의 전투는 과거 작품들에 비해 전략성이 강화됐다. 그러나 그 수준이 과하지는 않다. 기존의 전투 방식에서 생각할 요소가 약간 더해졌을 뿐, 여타 SRPG처럼 생각을 많이 요구하는 형태까지는 아니다. 애초에 SRPG로 보기에는 한 번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수가 너무 적기도 하고.
문제는 이로 인해 안그래도 느린 전투 템포가 한층 더 느려졌다는 점이다. 작년 시연 버전에서도 ‘전투가 느리다’는 의견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전투 속도를 빠르게 해달라거나 배속 기능을 추가해달라는 유저들의 의견에 웨이코드 측은 ‘현재의 속도로도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는 전투를 만들겠다’는 답변을 전달했는데,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았다.
여담으로 전투 속도가 느린 것과는 별개로 전투 진입 시 로딩도 은근히 긴 편이다. 전투가 자주 일어나는 RPG 장르에서 전투 로딩이 길다는 점은 큰 마이너스 요소인 만큼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 전투는 다 좋은데 느리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메인 스토리와 서브 스토리는 ‘저널’이라는 형태로 기록된다. 이는 온라인 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임무 혹은 퀘스트와 동일한 시스템으로, 주인공이 처한 현재 상황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설명해 주는 역할을 한다.
▲ 지난 스토리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간략히 안내해주는 저널
이왕이면 용어 사전이나 연표 같은 것도 추가해줬으면…
앞서 몇 가지 단점을 꼬집긴 했으나 플레이 자체는 썩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한 사람의 팬으로서는 ‘어스토’ 10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할 뿐이다. 현재의 트랜드에 맞춰 여러 개선을 거치면서도 과거의 감성을 충실히 담아내고 있으니,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반가운 선물이 아닐 수 없겠다.
<어스토 리파인>은 2025년 중 닌텐도 스위치와 PC 버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플레이엑스포 대원미디어 부스(C01)에서 개발 중인 버전을 체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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